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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23:40

새해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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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입니다.

지난 해와 똑같을 수 없는,
지난 해와 똑같아도 안되는
새해입니다.

사랑하는 아나뱁티스트 형제자매님들에게
너덜너덜한 송년사를 띄워논 후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여러분 모두 묵묵히 대해주셨던 침묵
그 침묵속에 얼마나 큰 사랑과 기도가 스며 있었는지
그것을 깨닫는 데 해가 바뀌고 거의 한 달이 흘렀습니다.

아나뱁티스트 형제자매여러분
말로는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는 소통의 두절 속에서
여러분이 겪으셨을 아픔과 안타까움을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요.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어지럽힐 나의 어리석음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안에 일어난 작은 변화일망정 우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기록된 바
내가 지혜 있는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명을 폐하리라 하였으니’ (고전1:18-19)

나는 이 말씀을 읽으면서 이것이 바로 나를 향해, 여러분의 가슴을 통해서 전해지는 말씀으로 받았습니다.
지혜있고 총명한 자인듯 행세했지만 그것은 하나님에 의해 폐하게 되리라는 말씀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받고 비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에 변론가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미련하게 하신 것이 아니냐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 (고전1:20-21)

...............

나는 그동안 사도 바울을 많이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이 가진 예수체험은 다메섹도상에서 만났다고 하는 환상뿐이며
관심이나 하는 일 모두가 역사적 예수와는 상관없이, 십자가와 부활이야기밖에 없다는 불만이었습니다.

바울은 당시 로마제국이 그 황제를 신격화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예수를 신격화했으며
오직 믿음으로라는 교리로 예수를 믿는 제도종교를 창시했다고 본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여성비하발언을 비롯한 체제순응적인 발언은 더욱 역겹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오래 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커스 보그와 존 도미닉 크로산의 공저인 ‘첫번째 바울의 복음’(The First Paul) 등은
오랫동안 독버섯처럼 내안에 자라온 오해를 하나하나 벗겨냈습니다.

그 첫 번째 메쓰는 편견을 벗겨내는 방법으로 세 사람의 바울이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바울이 쓴 것으로 되어있는 모든 편지들이 바울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 2백년 넘게 발전해온 주류신약학은 바울서신을 바울이 쓴 편지, 쓰지 않은 편지, 저자불확실한 편지로 분류했습니다.

학자들은 바울의 서신으로 알려져 있는 13편의 서신 중,
7편의 서신(로마서,고린도전서,고린도후서,갈라디아서,빌립보서,데살로니가전서,빌레몬서)을 그의 것으로 확정했습니다.
이들을 보그와 크로산은 '급진적인 바울,(radical Paul)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울이 죽은 몇 십년뒤, 바울의 이름으로 나온 3편(디모데전서, 디모데후서, 디도서)의 서신이 있는데,
상기 저자들은 이들 세 서신의 주인을 반동적인 바울(reactionary Paul)이라 부릅니다.
끝으로 저자가 불확실한 3편의 서신(에베소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후서)의 저자를 보수적인 바울(conservative Paul)이라 부릅니다.

이들은 각종 오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이 세 그룹의 서신들은 각각 그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모두가 같은 바울에 의해 쓰인 글이라고 생각한 데 연유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진성으로 판명된 7편의 바울서신은 바울이 복음서이상으로 로마제국체제에 도전하고
사회정의를 부르짖은 열렬한 하나님나라 운동의 제창자임을 이들 저자들은 입증해주었습니다.

그러니, 나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거기다, 종전의 피상적인 바울이해때와는 달리,
복음서기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진하고 열렬한 신앙과 로마제국체제와의 강도높은 치열한 싸움!

예수를 비난했던 왕년의 사울이 예수찬양자로 돌변한 바울처럼,
나는 지금, 나도 모르게, 바울을 사모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다메섹도상의 환상이 아닌, 진리탐구에 헌신한 노신학도들의 노고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줄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에겐 앞에 말한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여기서는 아나뱁티스트 형제자매님들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만 잠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동안 홈페이지에 올렸던 모든 이야기가 잘못된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글들은 나름대로 생각해볼만한 대목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복음서의 역사적 예수와 바울서신의 십자가와 부활신앙을 이질적인 두 세계로 분리시켰던 이제까지의 생각의 틀은
양자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보다 큰 안목에서 하나로 보는 새로운 틀로, 전면적인 재편성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새해가 갓 시작되었듯이
이같은 생각의 변화, 나에게 있어서는 지각변동과 같은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새롭게 생각하며 다듬어나갈 새로운 과제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런 개인적인 글을 이곳에 올리는 까닭의 하나는
그동안 여러분이 주춤거리며 대화하기를 꺼려했을지도 모르는 어떤 부분들이
전보다는 훨씬 많이 제거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전에 비하여 여러분이 갖고 있는 신앙을
자꾸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조금은 더 이해하며 공감속에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나의 변화가 그저 주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 아나벱티스트형제자매님들이, 친묵속에서 끊임없는 기도와 사랑으로 지켜주셨을 것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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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영철 2013.01.23 00:13
    바울에 대한 적대감은 의식이 왕성해진 젊은 시절부터였습니다.
    오죽하면 어떤 신학교 교수님은 바울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 당부할 정도였습니다.
    그러기를 반세기, 너무도 오랜 세월동안의 반목에서 비로소 해빙의 물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은 한편으로 열렬한 신앙을 흠모하면서도
    또한편으론 바울뿐 아니라, 바울과 공감하며 같은 신앙노선을 갖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좀처럼 깊은데까지 융합되지 못하고 것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나는
    그동안 아나뱁티스트형제자매님들과의 관계에서도
    벌어진 일정한 거리를 메꾸지 못해왔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 ?
    전영철 2013.01.23 00:13
    끊임없는 변화의 여정입니다.
    조금만 앉아 있으면 가만 있지 못합니다.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로움을 숨쉬지 않으면 못견딥니다.

    그러니 제일 많은 피해를 입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입니다.
    조금 전에 한 말도 지금은 그게 아니라고 부정합니다.
    그렇게 자주 변하는 사람을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다행히 이런 사람도,
    이런 글도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기 망정입니다.
    내일은 또 무슨 글을, 어느 마을을 서성이고 있을 것인지...
  • ?
    전영철 2013.01.23 00:13
    이런 추세로 보아서는
    앞으로 닥아올 것은 평탄한 길이 아니라
    보이는 것은 넘어야 할 준령들이 끊임 없이 이어져 있는 험준한 산맥들입니다.

    가파른 길이지만
    오히려 험준할수록
    더욱 살맛 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봉우리를 타면서
    눈 앞에 전개되는 광경에 취할 겨를도 없이
    다음에 오를 정상은 무엇일지 봉우리 너머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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