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다녀왔습니다.

by 전남식 posted Feb 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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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도 5명과 함께 2월 6일~12일까지 필리핀에 다녀왔습니다.

마닐라에 밤 11시에 도착하여 새벽 1시15분 버스를 타고 바기오까지 5시간 달려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꿈이있는 교회에서 후원하는 신명근 선교사님 댁에서 잠시 쉬면서 아침 식사를 하고는, 산악 지역인 본톡에 7시간 가량 버스로 이동하였습니다. 불편한 좌석은 참을 수 있었는데, 매연은 정말 감당하기 어렵더군요.

본톡은 필리핀 북쪽 산악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이곳에 작은 신학교와 교회가 개척되었기 때문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8년 전, 저의 멘토이신 이준행 목사님과 신 선교사님이 컴퓨터 한 대를 들고 바기오에서 본톡, 본톡에서 똬시 5시간 지프니를 타고 까다끌란까지, 다시 그곳에서 2시간 산길을 걸어 올라 자그마한 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컴퓨터를 기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때 산악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두 사람을 찾아와서는 "우리가 이 지역에 교회가 세워지도록 2년 간 기도했습니다. 당신들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우리의 기도 응답입니다"라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젊은 남자 둘이 20대의 젊은 하반신이 마비된 여인을 등에 매고 와서는 그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치유를 위해 기도하는 동시에, 그 여인 -이름이 알마입니다-을 큰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알마는 그 지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그래서 영어를 탁월하게 잘 하였으며, 교사 자격증을 위해 준비하던 차였습니다. 이 목사님은 알마를 떠매고 바기오에 있는 가장 큰 병원에 데리고 왔습니다. 하지만 치료 불가라는 말을 듣고는 다시금 마닐라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부정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준행 목사님은 한국에 가서 알마를 치료하기로 결정하고는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 알마와 그의 남동생에게 비자를 달라고 요청했고, 대사관에서는 그런 사람을 어찌 감당하려고 하느냐며 거부하였습니다. 이 목사님은 대사관 영사에게 간곡히 부탁하면서, 자신이 책임지겠노라고, 목사의 말을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체류 비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알마와 남동생을 데리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바기오 지역의 여러 선교사들과 한인들이 비행기 표를 후원해 주어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여행 자금은 고작 100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신실하게도 여러 교회의 성도들과 목회자들의 도움을 통해 알마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었고,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시도하였습니다. 하반신 신경이 죽은 지 4년이 넘게 지나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신경 마비 증상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수술을 하였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3년 정도의 재활치료를 하면 보행기가 없이도 천천히 걸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알마는 곧바로 필리핀의 자신의 고향인 산악 지역으로 가야만 했고, 그곳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알마는 이 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웠고, 그 후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길 소망하였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취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알마가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알마 부모는 교회를 위해 자신의 땅을 내놓았고, 3년 전에 작지만 아담한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그 교회 이름은 ‘어고옥 교회’입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본톡에 교회와 신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산악 지역의 현지인 교회 목회자 및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그곳의 리더로 알마가 세워졌습니다.

이번 여행은 알마를 비롯한 산악 지역 교회 지도자들과 농촌 지역 교회 목회자 및 평신도 지도자들을 위한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5개 교회를 바기오에서 2시간 떨어져 있는 산 페르난도 해변가 리조트에 초청하여 그들에게 교제와 재충전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파머 베커 목사님의 강의와 책 내용을 소개하고 돌아왔습니다. 영어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지만,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도전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이 지역 교회 지도자들을 위해 다녀올 생각입니다. 꿈이있는 교회 성도들과 이준행 목사님 교회, 어쩌면 이성하 목사님 교회 성도들 일부도 참여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작은 헌신이 그 지역에 건강한 교회가 세워질 수 있다면 충분히 희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다녀 온 이후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고3 졸업생들 6명을 데리고 호주에 8박 9일간 다녀와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거기다가 대장간 이름으로 출판할 책인 요더의 'Original Revolution' 막판 교정과 Kreider의 The Change of Conversion 서론 및 1,2장 번역을 마치고 가야하는데... 다 못하고 가면 배용하 전도사님엑 무지 혼날 것 같은데... 기도해 주세요.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녀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