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아나뱁티스트 교회가 처음 세워진지 15년이 지난 2010년 현재 북미에 여섯 개의 한인 메노나이트 교회와 한국에 두 개의 아나뱁티스트 교회 및 하나의 연구모임, 그리고 아나뱁티스트 신앙을 고백하는 다수의 여자와 남자들이 생겨났다.
16세기에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지에서 출현한 아나뱁티스트들은 신약교회를 원형으로 삼아 기독교국가체제(Christendom)의 교회를 갱신하길 원했던 사람들로서, 자발적으로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신자교회(Believer’s Church)를 형성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 곧 국가와 맘몬의 세력 위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가 궁극적인 충성의 대상임을 고백하고, 복음 안에 담긴 평화의 중심성을 재강조하며 이를 삶으로 살아냈다.
아나뱁티스트 신앙은 500년 동안 메노나이트, 아미쉬, 후터라이트, 브레드린(형제회) 등을 통해 그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한국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우리는 작금의 한국교회 안에서 기능적 기독교국가 (functional Christendom)들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 국가이념에 함몰되어 전쟁과 갈등의 중심에 서게된 교회들,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이기적 신앙행태 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된다. 이로 인해 교회는 역사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잃고 세상에 대한 자신의 예언자적 존재감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제 우리 한인아나뱁티스트들은 16세기 유럽의 기독교국가적 배경 속에서 신약교회의 신앙고백과 실천을 추구했던 아나뱁티스트의 유산을 어떻게 한국적 상황 속에서 재고백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이다.
한국아나뱁티스트휄로우십(Korean Anabaptist Fellowship)은 이러한 한국(인) 교회의 상황에 마음 아파하면서 한국(인) 교회의 갱신을 열망하며,2009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의 첫 모임과 2010년 캐나다 캘거리에서의 두번 째 모임을 갖게되었다. 우리는 다음의 네 가지 가치와 그에 따르는 실천원리들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여정에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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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헤럴드 벤더는 [아나뱁티스트의 비전]에서 아나뱁티스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하였다. 제자도, 공동체, 평화가 그 원리이다. 한편, 파머 베커는 [아나뱁티스트 크리스천]에서 예수 그리스도, 공동체, 화해를 아나뱁티스트의 정체성으로 제시하였다. 2010년 캘거리의 모임과 이 두 사람의 주장을 근거로 KAF 공동의 가치를 정리하자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